대형 할인매장 계산원으로 일하는 이연아(35·가명)씨는 다리가 자주 붓는 증상에 시달려왔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서있다 보니 다리가 붓는 거겠지" 생각하고 방치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다리 핏줄이 조금씩 튀어나오더니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변해갔다. 병원을 찾은 이씨는 하지정맥류라는 진단을 받았다.

고등학교 교사인 양귀자(42·가명)씨는 약 1년 전부터 하지정맥류에 시달리고 있다. 오른쪽 다리 핏줄이 멍든 것처럼 파랗게 튀어나와 보기에도 흉측했다. 양씨는 오랜 전부터 치료 받기를 마음 먹었지만 학교일 때문에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해 점점 증상이 악화됐다. 병원을 찾은 그는 하지정맥류 치료를 방치해 피부에 궤양이 생겨 더 큰 치료를 받아야 했다.

최근 민주노총과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제공하자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캠페인은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백화점 판매원, 음식점 종업원, 할인매장 계산원, 나레이터 모델 등 서비스산업의 확산으로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서비스직의 '직업병'이 늘고 있다. 또 전철 등을 이용해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과 간호사, 교사, 학원강사 등 직업 특성상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건강상의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어떠한 건강문제가 있을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하지정맥류이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있는 정맥 판막(피가 역류하는 것을 막는 막)이 제 구실을 못해 피가 역류하면서 생기는 질환.

하지정맥류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 의심할 수 있다. 증상 초기에는 다리에 쥐가 자주 나거나, 자주 붓고 저녁 때 붓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기도 한다. 방치할수록 증상이 심해져 열이 나고 화끈거려지며, 피부색이 변하고 다리 핏줄이 검붉거나 푸른 빛을 띠며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구 그랜드미래외과 김미라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신체뿐 아니라 외모를 중요시하는 현대에서는 마음에도 고통을 준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육안상 보기 흉한 경우가 많고 당사자에게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으로 작용될 수 있어 전문적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료는 개인의 증상 정도와 상태에 따라 보존적 요법과 혈관경화 요법, 그리고 레이저수술을 적용한다.

혈관경화 요법은 문제가 있는 혈관에 주사로 약물을 투여해 인위적으로 혈관을 퇴화시키는 방법이다.

레이저수술은 정맥 안 내막에 레이저를 쬐어 피의 역류를 막거나 수축시키는 방법이다. 부분마취를 하며 수술시간은 30분-1시간 정도 소요된다. 흉터가 거의 없고 입원 없이 즉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간단한 샤워는 2일째부터 가능하고 4주 동안 음주를 피해야 한다.

보존적 요법에는 혈액순환 개선제,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 등이 있다.

김미라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방치할 경우 피부에 출혈, 궤양이 발생하기도 하고 심장으로 가야 하는 혈액이 고여있는 탓에 심장질환의 위험도 있어 더 큰 병을 막기 위해서라도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려는 노력이다. 오래 서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틈틈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해야 하며, 여건이 안 된다면 다리 마사지를 수시로 해주고 퇴근 후 집에서 찬물로 다리를 씻어주는 것이 좋다. 또 굽 높은 신발이나 꽉 끼는 옷이 다리 피의 순환을 방해하므로 자제하고, 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자전거 타기, 아쿠아로빅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해두면 도움이 된다.

<출처 : 연합뉴스 보도자료>